지속 가능한 항공산업의 미래를 논할 때,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전기 추진 시스템(Electric Propulsion System)**이다.
기존의 항공기 추진 기술이 연료 기반의 터보팬, 터보프롭, 피스톤 엔진에 의존해왔다면,
전기 추진 시스템은 화석연료의 한계를 극복하고 탄소중립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추구하는 차세대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 추진 항공기는 더 이상 연구소의 개념검증 수준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미 실용적인 소형 전기 항공기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중단거리 상용화 기술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다만, 전기 추진 기술은 단순히 엔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저장, 변환, 구동, 냉각, 제어 시스템까지 항공기 전체 구조와 성능에 영향을 주는 복합 시스템의 혁신을 요구한다.
이 글에서는 전기 추진 항공기의 기본 개념, 기술 구성 요소, 현재까지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항공우주공학적 설계 고려사항을 중심으로 전기 항공기의 현재와 미래를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1. 전기 추진 시스템(EPS)의 정의와 유형
✅ 정의
전기 추진 시스템은 전기에너지를 동력원으로 사용하여 프로펠러 또는 팬을 구동하는 방식의 항공기 추진 기술을 말한다.
연료 연소가 아닌 전기 모터의 회전을 통해 추력을 발생시키며, 전체 시스템은 에너지 저장 장치와 전력변환 장치로 구성된다.
✅ 추진 시스템의 분류
전기 추진 방식은 에너지원과 구동 방식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분류 | 설명 | 예시 |
---|---|---|
배터리 기반 전기추진 (BEP) | 리튬이온 배터리 등에서 전기 에너지 공급 | Pipistrel Alpha Electro |
하이브리드 전기추진 (HEP) | 내연기관+발전기+전기모터 결합 | Ampaire EEL |
연료전지 기반 전기추진 (FCEP) | 수소 연료전지 이용 | ZeroAvia HyFlyer |
터보전기(TEP) | 가스터빈으로 전기를 생성하여 모터 구동 | NASA STARC-ABL |
2. 전기 추진 시스템의 핵심 구성 요소
전기 추진 항공기는 다음의 주요 시스템으로 구성되며,
각 시스템은 기존 항공기의 구성과 비교할 때 복잡성과 설계 고려사항이 상당히 다르다.
✅ 1) 에너지 저장 시스템 (ESS: Energy Storage System)
- 리튬이온 배터리: 현재 가장 널리 사용, 고에너지밀도 기술 개발 중
- 리튬황, 고체전해질 배터리: 차세대 대안으로 연구 중
- 수소 연료전지: 장거리, 고출력 전기 추진을 위한 차세대 기술
주요 고려 요소:
- 에너지 밀도 (Wh/kg)
- 안전성 및 열폭주 억제 기술
- 수명 및 충방전 사이클
- 기내 중량 배분과 공간 활용
✅ 2) 전기 모터 및 구동장치
- 영구자석 동기 모터(PMSM), 인덕션 모터(IM), 고온 초전도 모터 등
- 고효율, 고토크, 경량화 설계가 핵심
- 냉각 방식: 공냉, 수냉, 액체 냉각 시스템 적용 가능
특징:
- 기계적 부품 수 감소 → 유지보수 간소화
- 전기적 제어의 정밀성 → 비행 제어와 연계 가능
✅ 3) 전력 변환 및 분배 시스템
- 인버터(Inverter): 직류(DC) → 교류(AC) 변환
- 전압 변환기(DC-DC Converter)
- 파워 매니지먼트 유닛(PMU): 다중 모터 간 전력 분배
설계 이슈:
- 전자파 간섭(EMI)
- 고전력 소자의 열관리
- 고고도 저압 환경에서의 절연 설계
✅ 4) 열 제어 시스템 (Thermal Management)
- 모터, 인버터, 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의 효율적 관리
- 냉각 루프, 히트파이프, 복사판 등 복합 냉각 기술 적용
- 항공기 설계 시 냉각 유닛의 배치와 무게중심 영향 고려
3. 전기 추진 시스템의 장점과 한계
✅ 장점
- 탄소배출 제로 (배터리 기반)
- 소음 저감: 10~20dB 이상 감소 가능
- 기계적 부품 감소: 엔진 오일, 피스톤, 터빈 등 제거 가능
- 정비 비용 절감: 모터 수명 길고 고장률 낮음
- 분산추진 가능: 여러 모터로 균형 있게 추력 배분 가능 → 조종 안정성 향상
✅ 기술적 한계
- 에너지 밀도 한계: 항공 연료 대비 배터리의 무게당 에너지 밀도는 1/20 수준
- 비행 시간 제한: 소형기 기준 약 1시간 이내
- 무게 중심 제약: 배터리 위치, 교체 시스템 등 구조 설계에 영향
- 인증 미비: 완전 전기 추진 항공기용 국제 표준 및 인증 절차 정립 중
4. 대표 사례: 실제 개발 중인 전기 항공기
항공기 | 제조사 | 방식 | 특이사항 |
---|---|---|---|
Alice | Eviation | 배터리 기반 | 순수 전기 단거리 비즈니스 항공기 (최대 9인 탑승) |
Velis Electro | Pipistrel | 배터리 기반 | 세계 최초 전기 항공기 EASA 인증 (2020년) |
Ampaire EEL | Ampaire | 하이브리드 | 6인승 소형 여객기 개조형, 이미 다수 비행 테스트 완료 |
HyFlyer | ZeroAvia | 연료전지 기반 | 수소 기반 지역 항공기 프로젝트, 영국 정부 지원 |
STARC-ABL | NASA | 터보전기 | 150인승 여객기용 하이브리드 터보전기 추진 개념 |
5. 항공우주공학 설계 관점에서의 주요 고려 사항
✅ 기체 구조 설계 영향
- 배터리 위치 → 무게중심(CG) 변화
- 열 방출구, 냉각 루프, 전력선 배치 등 복합 설계 요구
- 모터 위치 변경 가능성 → 동체형 프로펠러, 날개 끝 추력기 등
✅ 추진 시스템의 안정성
- 모터 정지 시 대응 시나리오 필요 (冗長성 설계)
- 다중 모터 구성 시 추력 불균형 상황 대응 로직 필수
- ESS의 폭발 위험, 전기 쇼트 방지 등 안전 설계 기준 중요
✅ 공력-추력 통합 설계
- 분산추진(DTP: Distributed Propulsion) 적용 시
- 추력 발생 위치 → 공력 저항 감소 → 전체 효율 개선
- 예: 날개 경계층 제어, 단일 프로펠러보다 소음 저감
6. 향후 전망과 한국의 기술 현황
✅ 향후 전망
- 2030년대: 중단거리 지역 항공 노선(예: 제주-부산, 유럽 내 단거리) 중심 실용화
- 민간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장과 기술 융합
- 전기추진 기반의 저궤도 발사체 개발(소형 위성 발사 시장 확대) 가능성
✅ 한국 현황
- KARI(항우연): 소형 수직이착륙 전기항공기(VTOL) 연구 진행 중
- 현대차,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 UAM 전기추진 기술 투자 확대
- 국내 항공기 인증 체계 부족 → 국제 협력 통한 인증 기술 확보 필요
결론: 전기 추진은 항공우주공학의 새로운 시스템 패러다임이다
전기 추진 시스템은 단순히 “친환경적인 대체 추진”이 아니다.
이는 항공기 설계, 운항, 에너지 관리, 제어, 열관리, 인증까지
항공우주공학 전반을 재정의하게 만드는 기술 전환점이다.
항공우주공학도에게 전기 추진 시스템은
새로운 형태의 비행체를 설계하고, 공력과 전력을 통합하며,
“비행” 그 자체의 정의를 바꾸는 기회를 제공한다.
탄소중립, 지속가능성, 분산추진, 자율비행—
이 모든 항공 기술의 미래가 전기 추진 시스템을 중심으로 수렴하고 있다.
그 흐름을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설계에 참여할 인재는
지금 전기 추진의 기초를 배우고 있는 여러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