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환경에서의 생명 유지 기술

우주 탐사는 더 이상 공상과학의 영역이 아니다. 국제우주정거장(ISS)은 매일 지구 상공 400km에서 인류의 존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2020년대 들어 NASA, ESA, JAXA 등은 달 탐사와 화성 이주 계획을 본격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개발을 시작으로, 달 궤도선 ‘다누리’와 차세대 정찰 위성 프로젝트 등을 추진 중이며,
향후 유인 우주 탐사에도 참여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그러나 우주로의 여정은 단순한 발사체 기술이나 궤도 계산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는 ‘인간이 우주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가’에 대한 기술적 해답, 즉 생명 유지 시스템(Life Support System)이다.

우주 공간은 진공 상태이며, 극심한 온도 변화, 우주 방사선, 무중력, 산소 부족, 수분 손실, 폐기물 관리 등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거의 결핍된 환경이다.
이 글에서는 항공우주공학적 관점에서 우주 환경의 특성과 생명 유지 기술의 핵심 구성 요소, 그리고
향후 달 및 화성 거주를 위한 기술 개발 동향까지 상세히 정리해본다.


1. 우주 환경의 생존 위협 요소

우주에서 인간이 직면하게 되는 물리적·화학적 생존 위협은 다음과 같다.

✅ 진공 상태

  • 외부 기압이 0에 가까워, 노출 시 체내 기체 팽창 → 치명적인 신체 손상
  • 내압 유지 기술이 필수

✅ 산소 부족

  • 대기 구성 없음 → 산소를 인위적으로 공급해야 함
  • 이산화탄소 제거와 연계된 시스템 필요

✅ 온도 변화

  • 태양 방향: +120℃ 이상 / 암영: -150℃ 이하
  • 열 균형 조절 시스템 필수

✅ 무중력 상태

  • 근육 위축, 골밀도 감소, 혈액 분포 이상
  • 장기 임무 시 운동과 생리학적 보조 장치 필요

✅ 우주 방사선

  • 태양풍, 은하 우주선, 플라즈마 등 고에너지 입자
  • 암 발생, DNA 손상 가능성 높음

✅ 물/식량 제한

  • 지속 공급 어려움 → 자원 재활용 기술 필수
  • 폐기물 처리와 연결

2. 생명 유지 시스템(Life Support System)의 정의

생명 유지 시스템(LSS, Life Support System)이란,
우주 환경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도록 필요한 생리적 조건을 유지해주는 기술의 총합이다.

주요 목표는 다음과 같다.

  • 산소 공급 및 이산화탄소 제거
  • 수분 정화 및 재사용
  • 적정 온·습도 유지
  • 방사선 보호
  • 폐기물 처리
  • 장기 임무를 위한 자원 재순환 시스템 확보

LSS는 단순히 기계적 장치가 아니라,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기술이 통합된 복합 공학 시스템이다.


3. 생명 유지 기술의 핵심 구성 요소

✅ 1) 대기 조성 제어 시스템 (Atmosphere Control)

  • 기능: 산소(O₂) 공급, 이산화탄소(CO₂) 제거, 압력 및 습도 조절
  • 기술 요소:
    • 고압 산소 저장 또는 전기분해 수소 발생
    • CO₂ 제거 장치: 리튬 하이드록사이드, 세라믹 흡착제, 물리흡착제
    • 수분 제거 및 응축 회수 기술

예시:

  • ISS의 CDRA (Carbon Dioxide Removal Assembly): 모래처럼 생긴 제올라이트를 사용한 CO₂ 제거기
  • 세정용 환기 시스템(ECLSS)과 연동

✅ 2) 수처리 및 재사용 시스템 (Water Recovery System)

  • 기능:
    • 인간의 음용수 공급
    • 땀, 소변, 응축수 등을 정수하여 재사용
  • 기술 요소:
    • 다단계 여과 시스템 (활성탄, 역삼투압, 멤브레인 필터)
    • 광촉매 정화 및 UV 소독
    • 우주 미생물 제어 기술 병행

예시:

  • ISS의 WPA(Water Processor Assembly): 소변 재활용 시스템
  • 우주비행사들의 음용수는 최대 85% 이상 순환 재사용

✅ 3) 온도 및 열제어 시스템 (Thermal Control)

  • 기능:
    • 인체 및 전자장비에서 발생하는 열을 우주로 방출
    • 내부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
  • 기술 요소:
    • 라디에이터 패널, 열 파이프(Heat Pipe)
    • 수냉식 쿨링 베스트, 절연 구조
    • MLI(Multi-Layer Insulation): 복합단열소재

예시:

  • 스페이스X의 드래곤 캡슐: 이중 단열 + 수냉 열제어 시스템
  • NASA 우주복: 유체관 기반 온도 조절 의류 내장

✅ 4) 폐기물 처리 시스템 (Waste Management)

  • 기능: 고체·액체 폐기물을 위생적으로 처리 및 보관
  • 기술 요소:
    • 소변 증발 및 정제 → 수자원 회수
    • 고형 폐기물 압축 및 소각 혹은 냉동 저장
    • 장기 미션용 생물학적 처리 기술 개발 중

예시:

  • ISS의 우주 화장실: 진공흡입 + 압축 시스템
  • NASA는 생분해 가능 포장재 및 폐기물 연료화 연구 중

✅ 5) 방사선 차폐 기술 (Radiation Protection)

  • 기능: 고에너지 입자로부터 인체 보호
  • 차폐 방법:
    • 수소 함유 소재 (폴리에틸렌 등)
    • 물 저장 탱크 이용한 간접 차폐
    • 달·화성 기지의 경우 레골리스 기반 벽체 사용 고려

기술 개발 중:

  • 자기장 기반 차폐
  • 액체 금속 내장복
  • 체내 방사선 보호용 약물

✅ 6) 인체 모니터링 및 생리학적 보조 기술

  • 기능: 우주인의 생체 정보 실시간 수집 및 건강 유지
  • 기술 요소:
    • 생체신호 센서: 심박,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등
    • 무중력 운동기기 (러닝머신, 저항운동기구)
    • 식단 자동화 및 미세조절 기능

예시:

  • ISS에서 매일 2시간 이상 고강도 운동 필수
  • SpaceX 드래곤 내 바이오 모니터링 시스템 자동화 설계

4. 차세대 생명 유지 기술: 폐쇄형 생태계로의 진화

✅ MELiSSA (Micro-Ecological Life Support System Alternative) – ESA

  • 유럽우주국이 개발 중인 폐쇄형 자원 순환 시스템
  • 조류, 미생물, 식물 등을 활용하여
    산소 생성 – 이산화탄소 흡수 – 수분 정화 – 식량 재배까지 통합

✅ NASA의 BLSS (Bioregenerative Life Support System)

  • 지구 외 거주 기반 확보 위한 생물학적 시스템
  • 폐기물 → 식량 자원 재활용 기술 실증 중
  • 화성 임무를 위한 유인 거주 모듈에 적용 예정

5. 한국의 생명 유지 기술 연구 동향

✅ 참여 기관

  •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
  •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 한국원자력연구원
  • 대학 연구실 (KAIST, 한양대, 서울대 등)

✅ 연구 주제

  • 소형 정수 시스템 개발 (달 궤도선용)
  • 우주 방사선 차폐 소재
  • 우주 미생물 생존성 및 응용
  • 생체신호 기반 원격의료 플랫폼

✅ 국제협력

  • NASA와 ISS 실험 참여
  • Artemis 프로그램의 유인 생명 유지 모듈 공동 개발 제안 준비 중

결론: 우주 생존은 기술을 넘어 ‘시스템의 예술’이다

우주는 인간 생존에 가장 적대적인 환경이지만,
기술은 그런 환경을 ‘거주 가능한 공간’으로 바꾸는 힘을 지닌다.

생명 유지 기술은 단지 공기와 물을 공급하는 장치가 아니라,
생리학, 환경제어, 자원공학, 시스템 통합 기술이 어우러지는 우주 속 생명공학의 결정체다.

앞으로 달 기지, 화성 기지, 심우주 탐사선에는
보다 고도화된 생명 유지 기술이 필수적으로 요구될 것이며,
이 분야에서의 역량은 우주 탐사 주도권과 직결될 것이다.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제 로켓과 위성만이 아닌, ‘사람이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하는 기술’에도 본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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